2011년,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. 일명 ‘함바게이트’였다. 건설현장 식당, ‘함바’를 운영하던 한 인물이 자신이 뇌물을 건넸다며 폭로한 사건이었다. 사건의 장본인이었던 일명 ‘함바왕’ 유상봉 씨. 그는 20년 넘게 700여개의 현장 식당을 수주해 온 인물이었다. 그런 유 씨가 지난 달, PD수첩을 찾았다.
유 씨는 국회의원 윤상현을 지목했다. 인천 지역 4선 의원으로, 지역구에서는 ‘용현시장 대통령’이라 불리기도 했다. 한 지역주민은 “누가 어려움에 처했다 하면, 윤 의원이 뛰어온다”고 했다. 민원 해결 능력이 윤 의원의 지지도 유지 비결 중 하나였던 셈이다. 그 스스로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“밤에도 낮에도 (민원이) 온다”며 “그럼 거의 다 받아준다. 웬만하면 다 받는다”고 했다.
‘지역구 민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‘는 윤상현 의원. 문제는, 이 민원들이 지역 주민의 것에만 그치지도 않았고, 부적절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. 한 제보자는 “윤 의원 선거캠프에서 도와주면, 누구든 무조건 간다(취직한다). 그 정도 해준다”고 주장했다. 윤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,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지인의 채용을 청탁하는 문자를 보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. 제작진이 입수한 윤 의원실의 메일내역엔 각종 이력서들과 청탁 메일이 있었다. KBS 아나운서 실장, 한국P대학 학장직을 비롯한 청탁들. 윤 의원은 이런 청탁들도 적극적으로 처리했다. 윤 의원이 이력서를 수정 요청한 정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. 청탁들 중 일부는 친분이 있는 다른 국회의원들의 힘을 빌려 해결하기도 했다.
‘함바왕’ 유상봉 씨도 윤 의원에게 도움을 받은 인물 중 하나다. “그 현장 해야겠다 했을 때, 못 한 건 단 한 건도 없었다”는 유 씨는 지난해 인천에서 건설현장 식당을 알아보고 있었다. 그러다가 윤 의원 측 인물과 연락이 닿았고, 지난해 7월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. “만나면 반드시 돈을 줬었다. 그러지 않고는 되는 일이 없다”던 유 씨. 그런 유 씨에게 윤 의원은 “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”면서 돈 대신 다른 것을 요구했다. 21대 총선을 앞두고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는 다른 후보들에 대한 진정서를 써 달라고 했다는 것. 미래통합당이 컷오프를 결정하자, “정치 공학으로 민심을 짓밟은, 참 나쁜 공천”이라고 했던 윤 의원이었다. 윤 의원의 타깃이 됐던 당시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 박우섭 전 인천 남구청장, 윤 의원 본인 대신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. 박우섭 전 구청장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. 안 전 시장은 지역언론에 진정서가 공개된 후 지지율에 타격을 입었고, 윤상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남영희 후보와 단 171표 차로 4선에 성공했다.
“단도직입적으로, 그분하고는 거래를 위해서 만난, 대가를 받기 위해서 만난 것”이라는 유상봉 씨. 그는 이번 진정서를 써 주는 조건으로 윤 의원에게 10곳의 현장 식당 수주를 약속받았다고 했다.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성과를 얻은 곳은 단 세 곳. 그는 결국 윤 의원과의 일을 폭로했다. 인천지방경찰청은 함께 사업을 했던 유 씨 부자와 윤 의원의 보좌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. 아직 윤 의원에 대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. 선거 범죄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,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. PD수첩 <의원님과 ’함바왕‘>은 오늘(18일)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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